계단이 아닌 오르막길
우테코가 시작한 지 벌써 두 달이 지났다. 지난주 금요일, Level 1이 끝나며 방학식을 했다. 돌아보면 하루하루를 밀도 있게 잘 살아낸 것 같다. 특히 '나'에 대해 많이 고민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깊이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하루 단위로 고민의 주제가 바뀔 정도로 계속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나는 몇 달 주기로 이런 고민이 몰려오는 시기가 찾아온다. 프로젝트가 끝나갈 무렵, 동아리가 마무리될 때, 학기가 끝날 때처럼 환경이 변화를 예고할 때마다 어김없이 찾아온다. "이제 뭐 하지?", "다음엔 어떤 선택을 해야 최선일까?" 같은 질문들이 머릿속을 맴돈다.
처음에는 이런 고민들이 무거웠고, 때로는 너무 깊게 빠져 우울해지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시간을 계단을 오르듯 한 칸씩 견디고 나서면 분명 성장해 있더라는 것을 반복해서 경험하면서, 이제는 그런 고민의 시간마저 반가워졌다. 그리고 이렇게 주기적으로 고민을 한다는 게 강점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아마 프리코스 때부터 이어진 이 고민은 대략 3~4개월이나 지속된 듯하다. 계단은 한 번 오르고 나면 평지가 나타나 잠시 숨을 고를 수 있지만, 이번에는 굴곡 없이 끝없이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오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환경 셀프 메이킹
지금까지 내가 성장해온 방법
지금까지 나는 '용의 꼬리'를 좇아왔다. 어떤 집단에서든 가장 부족한 사람으로 시작해, 그 안에서 올라가 뱀의 머리가 되면 또 새로운 '용'을 찾아 떠나는 방식이었다. 이것이 내가 믿는 가장 빠른 성장 공식이었다.
이 방식은 분명히 효과가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뛰어들고, 그 안에서 필사적으로 따라가며 얻는 성장의 속도에 중독됐다. 언제부턴가 '나는 꾸준히 성장하는 사람'이라는 자아상을 스스로에게 심어주며 자극을 이어갔다.
그런데 프리코스 때부터 이상하게도, 성장이 멈춘 것 같은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지금 돌아보면 분명 오르막길이었지만, 당시엔 평지를 기어가는 듯한 답답함이 컸다.
'이렇게 마음 편하게 지내도 되나?', '현재 상황이 충분히 챌린징 하지 않은데 괜찮은 걸까?'
이런 정체된 것 같은 불안감이 점점 커져 무작정 원온원을 신청했다. 누군가의 시선으로 내 고민을 바라보고 싶었다.

깨달음 1: 성장 환경은 내가 만드는 것이다
"성장 곡선은 기울기가 점점 낮아지지만, 그만큼 난이도는 올라간다."
초반에는 개발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단순히 개념 하나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눈에 띄는 성장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기본기가 쌓이고 익숙해질수록, 더 많은 노력과 복잡한 사고가 필요해졌다. 성장의 기울기는 점점 완만해지지만, 그만큼 난이도도 올라간다.

그럼에도 나는 환경이 나를 떠밀어 주길 바라고 있었다. 성장 자극이 저절로 찾아오길 기다렸고, 환경이 주는 자극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다.
하지만 원온원을 하면서 깨달은건, 성장하는 환경이 저절로 만들어지길 바라는 건 오히려 수동적인 태도였고, 이제는 스스로 본인에게 맞는 챌린지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건 내가 해내야 하는 영역이다.
시도하는 방법을 설계하고, 성장의 자극을 능동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성장은 환경이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가는 것임을 배웠다. 이 깨달음이 우테코에서 가장 크게 얻은 통찰 중 하나다.
깨달음 2: '나'에서 '우리'로 확장
이 고민의 연장선에서 나를 향한 질문이 이어졌다.
"나는 어떤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을까?"
"좋은 동료란 어떤 사람일까?"
그동안 나는 오로지 내 성장에 몰입해왔던 것 같다. 얼마나 빠르게 배우고 있는지, 얼마나 앞서 나아가고 있는지에 집착했다.
하지만 이런 태도가 과연 좋은 동료의 모습일까? 🤔
돌이켜보면, 그렇다고 내가 팀플이나 동아리에서 오로지 '나 혼자' 움직였던 것은 아니었다. 함께 공부하고, 스터디를 만들고, 멘토링을 하며 팀을 운영하는 과정도 분명 즐거웠다. 이 '함께'라는 키워드가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재밌어서 개발을 시작했던 것도 있다. 다만, 당시에는 그 모든 활동조차도 궁극적으로는 '나의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는 점이 아쉽다.
이제는 조금 다르게 바라보려고 한다.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함께'의 가치를 알아가면 어떨까?
우테코에서 woowaf 스터디를 만들면서 이걸 조금 느꼈다. (제대로 시작도 안 했지만..) 내가 만든 스터디가 나에게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긍정적인 자극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꽤나 뿌듯했다.
결국, 개발이라는 일은 함께하는 것이다. '내 성장'이 아닌 '우리의 성장'을 바라볼 때, 팀 안에서 훨씬 더 큰 시너지가 생기고, 이게 회사에 들어가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좋은 동료'란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 주변에 긍정적인 자극을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이런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보려고 한다.
그렇게 '나'에서 '우리'로 시야를 넓혀가며, 나도 한 단계 더 성장한 것 같다.

학습하는 방법을 학습

문제를 거르면 대학에서도 걸러져요!!! 당연한거 아니겠어?
- 우진T
그게 바로 나였다..
객체지향을 비롯해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굳이 몰라도 된다고들 하는 것들은 슬쩍 피하곤 했다. 나름 '효율을 챙긴다'는 그럴듯한 핑계를 대면서 말이다.
1년 전, React Native를 할까 말까 고민했을 때도 똑같았다. '나는 웹개발자 할 건데 굳이 앱을..? 그 시간에 React나 Next를 하는 게 더 낫지 않아?' 그러다가 React Native에 재미를 붙이고 나니 이번엔 '앱이 더 재밌는데 웹 말고 앱을 해볼까?' 했다. (쓸데없는 고민하지 말고 다 해.. 그냥..)
아마 이렇게 계속 살았더라면 나중에 회사 갔을 때 '환희님 프론트 말고 백도 한번 해보실래요?' 했을 때 '싫어요'라고 했겠지?
지금 돌아보면 React Native를 선택한 건 전혀 후회되지 않는다.
오히려 React Native만의 패턴을 React 프로젝트에 녹여보면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었고, 앱 개발 과정에서 익힌 정책들이 다음 웹 프로젝트에서도 자연스럽게 활용됐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배운 것들이 예상치 못한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우테코에서 객체지향적인 사고를 배우고 나니 함수형 패러다임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React처럼 함수형 패러다임을 지향하는 프레임워크에서 코드를 짤 때도, 이전보다는 넓어진 시야로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 예전에는 단순히 '문법'으로만 이해했던 것들이, 이제는 사고방식의 전환으로 연결되었다.
그래서 결론은,
거르지 말고 다양하게 공부하자! 어차피 평생 프론트엔드만 할 것도 아니고, 모든 공부는 결국 하나의 맥락으로 이어져 있다. 미리 다양하게 공부해 두면 나중에 더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문제를 마주했을 때, 내 안에 쌓인 여러 가지 경험들이 서로 연결되어 창의적인 해결책으로 이어질 것이라 믿는다.

갑자기 찾아온 기회

우테코라는 말도 안 되게 좋은 환경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던 중이라, 이 새로운 기회를 덥석 잡았다가 나중에 후회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관심을 두고 있던 헬스케어라는 도메인이고, 무엇보다 현업의 세계를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마음이 움직였다. 기획에 공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개발하는 것을 최대한 피하고 싶었는데, 이번 인턴십에서는 더 의미 있는 방향으로 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기회를 잡기로 했다.
우테코에서 배운 것들을 발판 삼아, 앞으로 어디서든 내게 맞는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그 안에서, 좋은 영향력을 퍼뜨릴 수 있는 동료가 되기를 바란다.